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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Yoon Park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에〉(2020)는 시간에 대한 자각, 즉 시간의 유한함을 맞닥뜨리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덧없음과 일시성을 영화 전면에 드러내지만 이를 허무적으로 그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유한함으로 인해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아주 오래전에〉(2020)는 과거의 기억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음을, 따라서 각자의 삶은 한 가지 해석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기억에 대한 관점이 바뀌는 과정을 시청각적으로, 촉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떤 해방감과 회복성을 전달하려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2021)는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를 다루지만, 타인의 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희망이나 해결책을 손쉽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각자가 지닌 정의할 수 없는 부분, 다 알 수 없는 지점, 그 모호함과 거리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며 천천히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 작업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에> 영화는 곧 사라질 할머니의 집, 할머니가 지내던 병원, 그리고 파도로 인해 무너질 것 같은 모래성이 가까스로 지어지는 과정 등 다른 종류의 푸티지들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이 모든 과정은 곧 있을 슬픔의 순간을 늦추려는 절박한 시도처럼 보인다. 다가오는 상실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희망에 대한 영화이다. 상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지만, 그 과정을 제대로 바라보고 기록함으로써 삶이 그렇게 허무하지만은 않음을 공유하고 싶었다. 아주 먼 미래와 먼 과거를 연결하며, 그 커다란 시간에 기대어 현재의 상실감이나 불확실함을 극복하려는 의도였다.

<아주 오래전에> 영화는 예상치 못하게 과거의 기억들에 압도되는 순간을 그린다. 동시에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를 그리며, 기록이 어떻게 자기 치유의 기능을 하는지를 탐구한다. 내가 과거에 기록했던 것이 현재의 나에게 다른 방식으로 읽히고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같은 경험을 시차를 두고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의미와 맥락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기에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고 동시에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잘알지도 못하면서> 영화는 단순히 한국 자살률의 심각성을 보여주거나 섣부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자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에는 사람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고, 대신 익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장소들과 움직임이 나온다. 인간 마음의 헤아릴 수 없는 광활한 지형을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였다. 타인의 마음은 결코 다 알 수 없겠지만, 그 알 수 없는 깊이를 상상하며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려는 시도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윤리성을 전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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